“슬프다 이 성이여 전에는 사람들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하게 앉았는고. 전에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이 되었고, 전에는 열방 중에 공주였던 자가 이제는 강제 노동을 하는 자가 되었도다.” 구약성서 에레미아 애가의 시작입니다.

기원전 587년 바벨론 군대는 예루살렘을 짓밟고 성전을 불태웠습니다. 이를 목격한 에레미야는 이렇게 슬픈 노래를 불렀습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에레미야 애가를 노래로 만들었고, 이 노래는 사순절 마지막 기간에 연주되었습니다. 오늘 사순절 세 번째 주일과 삼일절 기념주일을 맞아 클래식 작곡가들의 에레미야 애가를 소개합니다.

1) 르네상스작곡가 팔레스트리나는 성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을 위한 3부작의 에레미아애가를 작곡했습니다. 각각 3곡씩으로 되어있으므로 모두 9곡인 셈이죠. 그 중에서 첫 번째 곡, 고음악을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Pro Cantione Antiqua가 노래합니다.

2) 르네상스시대 스페인음악의 황금기를 구사한 T. L. d. Victoria 역시 3부작 9곡의 에레미아애가를 작곡했습니다. 그 중에서 두 번째 악장 Lectio secunda, "이런 일을 당하고도 나 어찌 통곡하지 않으리오. 눈물을 쏟지 않으리오. 나를 위로하며 되살려줄 이는 가까이 얼씬도 않는구료“ 고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Musica Ficta가 노래합니다.

3) 이번에는 예루살렘 멸망 이후를 다룬 음악을 듣겠습니다.

바로코시대에 개신교신학을 공부하고 독일과 이태리에서 작곡가로 활동한 Johann Rosenmüller의 ‘에레미아애가’ 중에서 제 3악장, “여호와여 우리가 이런 형편을 당했는데도 기억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욕을 보는 데도 굽어 살피지 않으시겠습니까?“ 테너 Fritz Wunderlich의 1956년 레코딩입니다.

4) 바로크시대 프랑스작곡가 프랑소와-쿠프랭의 sop. 2중창을 위한 3악장의 모테토 [에레미야애가] 중에서 제1악장, sop. Judith Nelson과 Emma Kirkby, Jane Ryan의 Viola da gamba 그리고 Christopher Hogwood의 Chamber Organ 연주로 듣습니다.

5) Leonard Bernstein의 교향곡 제 1번 <Jeremiah>의 제1악장 ‘예언’은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예언을, 제2악장 ‘신성모독’은 예루살렘 성전이 바벨론 군대에 의해 짓밟히는 장면을, 마지막 제3악장에서는 에레미야애가 본문의 슬픈 노래를 히브리어로 노래합니다.

제2악장 Vivace con brio ‘신성모독’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6) 구노의 탄식가 <갈리아>중에서 세 번째 곡 “오! 내 곁을 지나는 나의 형제여...보라, 나의 눈물을 나의 비통함을”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곡 “예루살렘아! 주님께 돌아오라”

7) J. S. Bach 직전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감독이었던 요한 쿠나우는 《성서소나타》 중에서 네 번째 소나타 ‘히스기야왕의 죽을병과 회복’은 구약성서 열왕기하 20장 1~7말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히스기야가 자신의 죽을병에 대해 슬퍼하고 탄식하는 장면,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내용, 그리고 병이 나아 기뻐하는 장면을 각각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작품이 우리 찬송가 145장에 쓰여진 수난주간 찬송 ‘오 거룩하신 주님’의 멜로디를 변주하는 코랄변주곡으로 쓰여졌다는 것이죠. 제주의 피아니스트 김현아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8) 17세기후반 오스트리아 작곡가 Heinrich Biber의 ‘예수님의 생애에 따른 주요 사건을 묵상하는 로자리오소나타’ 중에서 <빌라도의 법정에서 채찍질을 당하심>은 예수께서 빌라도의 법정에서 우리를 위해 조롱당하고 채찍 맞으시는 장면을 4악장의 모음곡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1악장 Allamanda, 제2악장 Variatio, 제3악장 Sarabanda 그리고 제4악장 Variatio, John Holloway의 Violin, Davitt Moroney의 하프시코드 그리고 Tragicomedia의 통주저음반주로 듣겠습니다.